탈원전은 이번 정부의 핵심 공약 중 하나였다.
국가의 기간산업인 에너지를 다루는 정책이기에 그 여파가 다른 정책보다 클 수밖에 없기에, 대선이 지난 지금까지도 계속 논쟁이 되는 사안이다. 일반 커뮤니티에서는 정책보다는 문재인 개인에 대한 빠와 까로 나뉘어, 기본적인 사실 관계조차 파악하려 들지 않고 있다.
한국전력의 주가는 연일 하락하고 있으며, 심지어 10년 전 수준에까지 이르렀다. 신재생에너지 발전에 대한 비판적인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으며 여론조사에 따라서는 탈원전에 반대하는 비율이 과반수를 차지하기도 한다.
대체 탈원전 논란은 어디서부터 시작하는 걸까? 혹자는 김대중 대통령으로부터 거슬러 올라가야 한다고 주장하지만, 난 19대 대선부터 되짚어봐야 한다고 생각한다.
탈원전이라는 말이 이렇게 전국적으로 입에 올리게 된 것은 극히 최근의 일이기 때문이다.
지난 19대 대통령 선거에서 문재인 후보는 노후 원전 폐쇄 및 신규 중단 등의 공약을 내걸었다. 박근혜 대통령 탄핵 후, 문재인 후보가 유력한 당선 후보가 될 것이라는 것은 의심의 여지가 없는 사실이었다.
그런데 여기서 주목해야 할 부분이 있다. 19대 대통령 선거에 출마한 5대 후보 중 홍준표 후보를 제외한 모든 후보가 원전 신규 건축 중단, 노후 원전 폐기 등 탈원전 정책을 내걸었던 것이다.
http://policy.nec.go.kr/svc/policy/PolicyContent119.do
물론 홍준표 후보도 최저임금 1만원을 공약으로 내걸었으나, 아무도 지킬 것이라 생각지 않는 것처럼 다른 후보들도 탈원전 공약에 대한 책임감이 달랐을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기서 알 수 있는 주요 사실은 정치인들이 ‘표’를 얻기 위해 탈원전을 이용했다는 것이다.
왜 정치인들은 탈원전에 주목했을까?
2016.09.12. 경주에서 5.8 지진이 일어났다. 남부지역은 물론이고 거의 전국적으로 이 지진의 진동이 느껴졌는데, 이에 따라 월성 원전과 고리 원전에 대한 안전성 우려가 제기되었다.
5년전 후쿠시마 원전이 도호쿠 대지진과 거대 쓰나미로 인하여 사고가 났기 때문에 경각심이 다시 생겨난 것이다.
특히 고리 원전이 있는 부산과 울산에서 원전에 대한 우려가 높아졌던 것이 탈원전 분위기에 영향을 미쳤는데, 한빛(영광), 한울(울진)에 대해서는 비교적 원자력 반대 움직임이 적었다는 것을 보면 알 수 있다.
두 광역시의 정치적 입지가 굉장히 중요하기 때문에 정치인들이 표 확보를 위하여 탈원전 정책에 경쟁적으로 끼어든 것으로 보인다.
뭐 다른 후보가 탈원전을 공약으로 내걸었든 말든, 결국 탈원전 정책을 집행하고 수립하는 것은 현 정부다. 따라서 현재의 탈원전 정책은 전적으로 문재인 정부에게 달렸다고 할 수 있다.
문재인 정권 집권 후, 산업자원부는 제8차 전력수급기본계획을 수립하였다.
22년까지 월성 1호기를 폐기하고, 신한울과 신고리 원전 4기를 준공한다고 결정내렸다.
여기만 보면 탈원전과는 거리가 멀어보인다고 할 수 있다. 기존 원전을 유지하고, 임기 내에 새로 더 짓는다니까.

그러나 현 정권의 탈원전 정책의 묘미는 따로 있다.


현 정권은 원자력 발전량을 22년까지 22.5GW에서 27.5GW로 늘린 후 감축하고자 한다. 석탄 발전은 36.8GW에서 42GW로 늘린 후 마찬가지로 축소하고자 한다.
그런데 신재생 에너지는 11.3GW에서 23.3GW로 늘리겠다고 한다. 정격용량을 12GW 늘리는 반면 실효 용량은 고작 3.1GW에서 4.8GW밖에 안 늘린다.
원전은 발전량을 약 5GW 늘리고 신재생 에너지는 12GW를 늘린다는데 이게 무슨 뜻인지 감을 잡으려면 GW에 대해서 알아야 한다.
GW는 기가와이트라는 전력 단위로 1GW 당 1000메가와이트(MW), 즉 1,000,000KW에 해당한다. 현재 새로 짓고 있는 신고리 1호기 한 대가 1GW 정도 발전량을 낼 것으로 보인다.
즉 단순 계산해보면 신원전 1기=1GW로 봐도 좋다.

현재 인터넷에서 논란이 되고 있는 오태저수지 수상 태양광 발전소의 발전량은 3MW, 0.003GW다. 면적은 약 3만㎡, 즉 0.03㎢에 달한다. 신원전 1기 신축을 대신하여 수상 태양광 발전소를 짓는다고 가정하면 0.03㎢*1,000/3=10㎢의 면적이 필요하다.
참고로 서울 중구 면적이 약 9.9㎢이니, 원전 1기를 대체하기 위해서는 작은 기초지자체 한 곳의 면적을 사용해야 한다.
현 정부의 신재생에너지 사업에 대하여 이 계산법을 적용해보면 120㎢의 면적이 필요하다. 서울특별시 면적이 605㎢이니 약 5분의 1을 태양광 발전소를 짓는 데에 사용해야 한다.
그러나 이것은 어디까지나 정격용량(시설이 최대로 낼 수 있는 전력량)과 실효용량(실제로 사용 가능한 전력량)이 일치할 때의 일이다.
원자력 발전소나 화력 발전소는 대체로 정격용량과 실효용량이 일치하지만 기후에 의존하는 신재생 에너지는 정격용량과 실효용량이 대단히 차이가 많기 때문이다.

https://news.naver.com/main/read.nhn?mode=LSD&mid=sec&sid1=101&oid=008&aid=0003978930
현재 신재생 에너지의 효율성은 대단히 떨어진다. 애써 설비를 지어 봐도 자연현상 때문에 가동이 되지 않거나, 저장체계가 마땅치 않아 사라져 버리기 때문이다.
현 정부에서 내놓은 수급계획에서도 신재생에너지의 정격용량은 12GW까지 늘리겠다고 하지만, 실효용량은 고작 1.7GW 밖에 늘릴 수 없다고 밝히고 있다.
문재인 정부는 이 문제를 LNG 발전 확장으로 타개하고자 한다. 그러나 LNG 역시 환경오염이 없는 것이 아니고, 이미 주요 수입국으로 자리매김한 상태에서 추가로 비중을 확대할 경우 특정 국가에 자원을 의존하게 될 위험이 크다.
현 정권의 탈원전 정책은 일부 지지자들이 말하는 것처럼 ‘원전을 짓지 않겠다’가 아니다. 22년부터 30년까지 폐기하겠다고는 하지만, 애초에 본인의 정권은 22년에 끝난다. 원전 폐기는 후임에게 맡기겠다는 것이다.
탈원전을 정확히 말하면 ‘원전 신축량을 신재생과 LNG로 대체하겠다’가 옳다. 과연 이것이 옳은 선택일까? 나는 부정적이다.
이번 정권의 에너지 정책은 ‘경제’가 아닌 ‘도덕’에 치우쳐 있다. 그러나 도덕은 절대적인 기준이 없다. 가치관은 항상 바뀐다. 신재생 에너지 정책은 논리적 근거가 너무나도 빈약하다. 때문에 상대를 원피아로 매도하여 자신이 도덕적으로 우위에 있음을 증명받고자 한다.
하지만 그게 얼마나 오래갈지는 미지수다. 필자의 뇌피셜이기는 하지만 현 정부는 3~4년차에 신재생 에너지 사업을 조정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이미 ‘탈원전’이라는 단어에 대하여 선을 긋고 있으며, 경제적 실패가 불 보듯 뻔하므로 ‘여론’에 따라 못이기는 척 정책을 후퇴시킬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