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두가 알고 있다시피 현재 한국전력은 탈원전 정책으로 인하여 적자를 겪고 있다. 이번에 3분기 영업이익 1조 2천억을 내면서, 2019년 누적 영업이익이 흑자로 전환되었다. 그러나 3분기는 기본적으로 전기가 많이 사용되는 시기이기 때문에 일시적인 흑자에 지나지 않는다는 분석이 많다.
현재 국내 원전 25기 중 11기가 예방점검 등으로 가동이 중단되어 있는 상태이다. 9월 원전이용률은 59.1%로 올해 최저수준을 기록하였는데, 올해 말까지도 변함이 없을 것으로 추정된다.
왜 시장은 계속 SK 등판론을 언급하는 걸까? 이는 후보 중에 '누구나 들어봤을 법한 대기업'이 없다는 점에 있을 것이다. 이동걸 산업은행장은 아시아나 매각을 시작할 때, 대기업의 참여를 적극적으로 권했다. 다시는 이런 매물이 없을 것이며, 급기야 얼굴 공개하지도 않고 결혼할 수는 없다고 말하기까지 했다.
더군다나 아시아나의 현재 상황을 구원해 줄 수 있는 것은 일류 대기업밖에 없다. 부채규모만도 약 10조에 육박한다. 물론 회계기준 변경으로 인한 리스자산의 부채화, 항공산업의 특성을 감안할 필요가 있지만, 숫자만도 터무니없는 규모다.
하지만 웅진코웨이 입찰전에서 SK네트웍스가 본입찰 불참을 선언하면서, 시장은 '혹시' 아시아나로 넘어오는 것이 아니냐는 희망회로를 가동하고 있다.
예비입찰에 참여한 4개의 기업 중 KCGI, 스톤브릿지캐피털 두 곳이 현재 전략적 투자자가 없는 상황이다. 따라서 컨소시엄을 구성하지 않으면 본입찰에 참여할 수 없다.
KCGI는 현재 뱅커스트릿이라는 사모펀드와 컨소시엄을 구성하고 있으며, 국내외 자본을 끌어오고 있는 중이다. 한진칼 관련해서 자금소모가 컸기에 KCGI가 이번 매각에 대해서 진지하게 임하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도 있었는데, 이런 우려를 불식시키려는 듯 공격적인 행보를 보이고 있다.
그러나 KCGI는 어디까지나 FI(재무적 투자자)로 SI 없이는 입찰 참여가 불가능하다. 자본을 끌어옴과 동시에 아시아나를 운영할 전략적 투자자를 포섭할 수 있을지가 중요하다. 특히 굴지의 대기업들이 손사래를 친 와중에 누가 나설까.
스톤브릿지캐피탈에 대해서는 현재 아무런 정보가 없다. 과거 애경, SK와 협력하였던 전적이 있다는 것 외에는 진짜로 인수에 참여할 능력이 있는지 알 수가 없다. SK관련 과거로 인하여 뒤에는 SK가 있지 않냐는 추측이 있기도 하지만, 그런 찌라시들은 믿을 만한 것이 못된다. 개인적으로는 주목할 필요가 없는 곳이라 생각한다.
가장 적극적으로 아시아나 인수에 참여하는 애경은 현재 아시아나를 인수할 재력이 없다. LCC 1위의 제주항공과 아시아나를 동시에 거머쥔다면 항공업 1위로 등극할 수 있지만, 문제는 돈. 아직 FI를 찾지 못해 인수할 경우 ‘승자의 저주’에 걸릴 수 있다는 전망이 있다.
개인적으로 돈 끌어 모으고 있는 KCGI-뱅커스트릿이 SI로 애경을 선택할 수도 있지 않을까한다. 한쪽은 운영 노하우가 있지만 돈이 없고, 한 쪽은 투자할 돈이 있지만 SI가 없으니 서로 윈윈할 수 있을 것이다.
미래에셋-현대개발산업은 재무구조가 튼튼하지만, 업계 시너지가 없다는 단점이 있다. 현재 미래에셋은 관광업에 막대한 투자를 하고 있어 아시아나를 인수하면 시너지효과를 발휘할 수 있지만, 현대개발산업은 건설업에 종사하고 있어 별 효과가 없을 수 있다.
이마트의 경우, 현재 코스트코의 입지를 노리는 이마트 트레이더스가 올해 1분기 매출을 전년 1분기보다 20% 증가시키는 등 ‘멱살 잡고 캐리’하고 있는 중이다. 경영진도 이 사실을 인지하였는지 2030년까지 트레이더스 50개점을 더 열겠다고 하였다.
하지만 트레이더스가 이마트 내에서 차지하는 매출 규모는 상대적으로 낮은 편이며(1분기 기준 약 15%)다른, 사업을 공격적으로 확장했다가는 오히려 기존 할인매장의 매출을 잠식할 우려가 있기 때문에 트레이더스만 믿을 수 없는 상황이다.
이에 대해서 이마트는 체험형 전자제품 마트인 일렉트로마트, ‘노브랜드’ 브랜드 상품만을 다루는 노브랜드, 각양각색의 제품들을 판매하는 삐에로쑈핑 등의 전문점을 계속해서 개발하고 있다.
전통적인 할인점 모델과 상기한 체험형 전문점 모델을 병행해서 가성비 고객(돈 없는 놈들)과 오타쿠(돈 많은 놈들)들을 동시에 잡아 이 위기를 타개하겠다는 의지가 보인다.
그런데 전자는 그렇다 치더라도, 후자의 전문점 고객은 과연 ‘오타쿠’가 맞을지 걱정된다.
일렉트로마트만 봐도 그렇다. 대체 가전제품 전문점인지 취미용품 전문점인지 정체성을 알 수 없는 구조를 띄고 있다. 취미용품 전문점이라고 보기에는 ‘취미’에 대한 이해도가 낮고 무엇보다도 기존 취미시장과 경쟁하겠다는 ‘의지’가 보이지 않는다.
대충 피규어 몇 개, 잘 알려진 마블 캐릭터 상품, 혹은 자전거 몇 대, 캠핑용품 몇 개 전시해 놓으면 정말로 취미용품 전문점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한 걸까?
하비샵이 되려면 그 주제에 몰두되어 있어야 한다. 초심자용 상품, 중급자용 상품, 상급자용 상품, 각종 가이드북이나 관련 자료들이 채워져 있어 그 어느 단계라도 그 가게를 계속해서 방문할 수 있게 되어야 한다.
그러나 이런 말해서 조금 미안하지만, 나는 일렉트로마트와 하이마트가 대체 뭔 차이가 있는지를 모르겠다. 뭐 사려고 하는데 굳이 일렉트로마트 가야함?
노브랜드는 어떤가. 노브랜드라는 브랜드는 캐나다의 ‘NO NAME’ 브랜드를 베낀 것이다. 상표를 제거하고 저가 위주의 PB 상품을 하나로 묶어서 노브랜드라 칭한 것이 모종의 인기를 끌게 되었다.
그런데 이제 이마트는 노브랜드 자체를 하나의 브랜드로 만들어서 노브랜드 상품만 파는 전문점을 출시했다. 일본의 무인양품을 따라하려는 것 같은데, 문제는 노브랜드의 제품 대다수가 일회용품 및 식품이기에, 브랜드 충성도가 높지 않다는 점이다.
무인양품은 적어도 옷을 팔지만, 노브랜드는 감자칩을 팔고 있지 않는가. 프링글스도 잘 안팔리는 시대에 무슨 노브랜드 감자칩에 충성도가 생기겠는가.
삐에로쑈핑도 마찬가지다. 일본의 돈키호테를 모방한 사업모델이다. 각양각종 신기한 상품들을 모아 돈 좀 쓰게 만들려는 전략이었는데, ‘원본’인 돈키호테는 ‘저렴한’ 가격으로 다양한 상품을 파는 엄연한 ‘할인매장’이다. 그런데 삐에로쑈핑은 ‘할인매장’으로서의 정체성이 부족하다. 그냥 관광객 끌어모으는 ‘다양한 상품 파는’ 전문점의 속성이 강하다.
돈키호테의 성공요인을 반만 가져온 삐에로쑈핑이 솔직히 잘 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지 않는다.
현재 이마트의 신사업은 다른 국가 유통업체의 사업 모델을 따라한 것들에 지나지 않는다. 그런데 이것도 잘 따라하는 것이 아니라 헬적화=브랜드, 럭셔리화시키는 데에 주력하고 있다.
쿠팡 이슈와는 별개로 나는 이런 점 때문에 이마트의 미래가 어둡다고 생각한다. 이마트는 계속 돈을 쓰고 있다. 그런데 그 돈이 다시 돌아올 것 같아 보이지가 않는다.